바깔로레아 (BACCALAUREAT)

조기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간과해서는 안되는게 바로 고등학교 졸업 시험인 바칼로레아
baccalauréat 이다. 바깔로레아는 상당히 어려운 시험이며 이 시험을 통과해야 대학입학 자
격이 주어진다.

1. 성격
프랑스에선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을 한번 잘못 쳤다고 진학이 좌절되는 일은 없다. 재시험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학진학을 위한 시험도 계열별로 12종류나 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대학 진학에 유리한 과목에 집중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대학입학시험은 별도로 없다. 고등학교 졸업 자격증서인 바칼로레아 시험 성적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된다. 바칼로레아를 소지하면 대학입학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바칼로레아 시험이 프랑스의 대입 시험인 셈이다. 그러므로 그랑제꼴을 제외한 모든 대학은 바칼로레아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프랑스에선 해마다 바칼로레아 시험문제가 화제가 되곤 한다. 특히 그 해에 출제된 철학문제는 일반인들도 화제로 삼곤 한다. 프랑스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평범한 택시기사조차 “내 기호는  사르트르보다는 카뮈” 라고 말하거나 볼테르와 보들레르를 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정도다.

2. 바칼로레아의 종류 및 시험과목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유럽식 학제의 특수성 때문에 모든 시험은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학기인 5월과 6월 사이에 실시되지만 국어(프랑스어) 과목과 역사지리 과목은 1학년말에 실시되며, 지원하려는 대학의 전공분야에 맞춰 계열 별로 시행된다. 인문학을 전공하려면 바깔로레아 L(문학)를, 사회과학은 바깔로레아 ES(경제-사회)를, 순수 자연 과학은 바깔로레아 S(과학),  산업 기술 분야는 바깔로레아 T(테크닉)를 통과해야 한다.
계열에 상관없이 모국어인 프랑스어, 외국어 한 과목, 역사 및 지리, 수학, 철학은 공통 필수 과목에 속하며 바깔로레아 문학 계열일 경우는 외국어 두 과목을 더 봐야하고, 바깔로레아 경제-사회 계열의 경우는 경제 사회 과학 과목을 추가해야 한다.
외국어 시험은 필기와 회화 시험을 동시에 보고, 수학은 주관식 문제로 출제되지만, 나머지 과목들은 대부분 완전히 논술이나 논평식의 문제이다. 논술 문제와 텍스트 논평 등 두 문제 중 택일하도록 되어 있는데 텍스트 논평이란 하나의 유명한 텍스트를 주고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보는 것으로 여기에서 채점의 기준은  논리성과 이해력이다.

3. 시행 방법
바칼로레아 시험은 계열에 관계없이 필기•구두•실기시험 3가지로 구성되는데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출제된다. 사지선다형이나 단답형은 전혀 없고 문제마다 논술이나 비평문 형태로 작성해야 한다.
온통 주관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채점과정에서 시험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의 공정성 시비는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은 시험결과가 발표되면 7일 이내에 자신의 시험답안 채점을 열람할 권리가 있지만 기술적인 오류 이외엔 점수 자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시험관들의 판단을 인정하는 풍토와 문화가 형성돼 있다.
심사 위원들도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학생들의 점수가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점이 끝나면 채점자 간 엄격성의 차이로 인한 오차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선 주로 내신성적을 참고한다.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시험성적이 형편없이 평가됐을 땐 채점자들이 해당 학생의 답안지를 다시 검토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입학 시험인 수능 문제의 출제와 채점이 대학교수 위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프랑스에선 고등학교 교사들이 바칼로레아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한다. 심사위원회의 책임자는 교육청에서 임명하는 대학교수이지만 출제와 채점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직접 출제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고교과정에서 배우거나 익히지 않은 영역은 출제되지 않는다.

구두시험의 경우 학생은 자신이 읽은 전공 책의 목록을 제출하고 시험관은 그 중에서 문제를 뽑는다. 시험관이 문제를 적절히 선택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학생은 즉시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조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구두시험은 우리나라의 면접시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개 계열 당 2-3개 과목을 구두시험으로 치르는데 주로 프랑스어, 경제 사회과학, 외국어, 고어(古語) 등 이다. 단순한 지식의 이해나 암기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활용이나 나아가 수험생의 독자적인 사고력을 측정한다.
필기시험의 경우에도 과목 당 2-3개 주제가 주어지면 수험생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 충분한 시험준비를 하지 못한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시험은 두 차례 실시되며, 1차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한 과목이나 불리했던 과목은 2차 시험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바칼로레아 시험성적이 대학진학에 결정적인 변수이긴 하지만 이 시험을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가 주관하지 않는다. 바칼로레아 시험주관은 지방교육청의 권한이다. 그러나 모든 지방교육청이 독자적인 출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고 몇몇 인근 교육청이 출제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4. 합격기준
채점은 1회가 원칙이며, 거의 일선 교사들이 참여하여 모범답안 예와 채점 기준표를 받아 철저한 채점을 한다.

과목당 20점이 만점이며 16점 이상이면 트레 비엥 (Très bien, 매우 우수), 14-16점은 비엥(Bien, 우수), 12-14점은 아쎄 비엥(Assez bien, 제법 잘함), 10-12점은 빠사블(Passable, 합격)의 평점을 받게 되고 10점 미만은 낙제이다.

바칼로레아는 1900년만 해도 합격률이 11%에 불과한 엘리트 선발 시험이었으나 70년 20%, 80년 25%, 92년 50%로 합격자가 급증해 지난 97년의 경우 61%였다

5. 바칼로레아의 한계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제도가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을 고려해 계열별로 세분되고 재시험의 기회를 주는 등 장점도 있는 반면에 단점도 많다. 학생들이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전공선택의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12개로 세분된 바칼로레아를 응시하기 위해선 고교 1년 때 자신의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게다가 상당수 지역에선 대학 진학이후 전공 변경의 기회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 자신의 진로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제대로 바칼로레아 준비를 하기 어렵다. 특히 조기 진로결정제도는 가난한 집안 학생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프랑스 내에서도 비판 받고 있다.

또 진학하는 대학은 대개 주거지 위주로 결정된다. 파리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하려면 파리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고등학교도 해당 지역 중학교 출신위주로 선발한다. 이는 특정지역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예방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대학진학을 출신지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학생들에게 과목선택의 기회를 폭넓게 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바칼로레아가 지나치게 세분된 것도 고등교육이 보편화되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6. 철학시험의 주제
데카르트나 파스칼 같은 철학자를 배출한 나라답게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행복은 모든 행동의 목적인가'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경계선을 규정할 수 있을까'같은 주제가 나온다. 물론 정답은 없다. 대신 논리적 일관성과 사고력 및 그 폭을 평가한다.

7. 출제되었던 문제 의 예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한가」.
「과거를 망각하면서 현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법은 가끔 무시해야 하는가」.
「철학자는 시대의 필연적 산물인가」
「인간이 영원불멸을 원할수 있을까」
「자유로우면서 열정적일수 있는가」
「행복은 모든 행동의 목적인가」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경계선을 규정할 수 있을까」